"관세는 양날의 검이다."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관세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이 말의 의미를 실감하게 한다.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위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 명명하며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무역 정책 변화가 아닌, 미국과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 정책: 무엇이 바뀌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관세는 2025년 4월 5일 오전 12시 1분(미국 동부시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약 57개국에 대해서는 이른바 '상호적 관세(Reciprocal Tariffs)'라는 이름으로 11%에서 최대 50%까지의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이 국가별 차등 관세는 4월 9일부터 발효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국가별 관세율을 살펴보면, 중국은 기존 관세에 추가하여 총 54%의 관세에 직면하게 된다. 유럽연합에는 20%, 베트남 46%, 태국 36%, 일본 24%, 캄보디아 49%, 남아프리카 30%, 대만 32% 등의 관세가 부과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모든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관세가 이미 4월 3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 규정을 준수하는 수출품에 한해 관세 면제를 받지만, 그렇지 않은 상품에는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또한 특정 광물, 의약품, 반도체 등 일부 품목과 이미 섹션 232 관세(철강, 알루미늄)가 적용되는 제품들은 이번 관세에서 제외된다.
단기적 경제 영향: 급격한 통증의 시작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관세가 "단기적으로는 약간의 고통"을 수반할 수 있다고 인정했지만, 이것이 "지불해야 할 가치가 있는 대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전망은 훨씬 더 비관적이다.
우선 가장 즉각적인 영향은 인플레이션의 재가속이다. 관세는 본질적으로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지불하는 세금으로,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킨다. 이미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은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 자동차 가격의 경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차량은 $4,000에서 $10,000까지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델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최대 $15,000까지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부담이 모든 계층에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일 예산연구소(Yale Budget Lab)의 분석에 따르면, 연간 가처분 소득이 약 $43,000인 저소득 가구는 새로운 관세로 인해 가처분 소득이 2.3% 감소할 수 있는 반면, $500,000 이상의 고소득 가구는 단 0.9%의 감소만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에 예정된 모든 관세를 고려하면, 저소득 가구는 가처분 소득이 4% 감소하는 반면, 부유한 가구는 1.6%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심리 또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주식 시장은 이미 급격한 조정을 보이고 있으며,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도가 급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무역 정책의 위험을 반영하여 2025년 미국 GDP 성장률 예측을 기존 2.2%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장기적 경제 영향: 구조적 변화와 불확실성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가 장기적으로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백악관이 인용한 2024년 경제 분석에 따르면, 10%의 글로벌 관세는 경제를 7,280억 달러 성장시키고, 28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실질 가계소득을 5.7% 증가시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립적인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낙관적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세금재단(Tax Foundation)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미국 GDP를 0.4% 감소시키고, 자본 스톡을 0.3% 감소시키며, 약 30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시나리오도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Mark Zandi)는 미국의 관세가 다른 국가들의 보복 조치를 촉발할 경우, 미국과 세계 경제 모두 "심각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침체 시나리오에서는 미국 GDP가 2% 감소하고 실업률이 현재 4.1%에서 7.5%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장기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글로벌 위상의 변화이다. 새로운 관세로 인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5%에서 약 22%로 상승하게 된다. 이는 1910년경 이후 보지 못한 수준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
또한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 증가는 외국인 직접 투자(FDI)를 감소시킬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의 무역 정책이 갑자기 변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투자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 외국인 직접 투자는 단순한 기회뿐만 아니라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크게 의존한다.
역사는 무엇을 말하는가?
트럼프의 첫 임기(2018-2019) 동안 부과된 관세의 결과를 살펴보면 미래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이전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는 미국내 철강 가격을 2.4%, 알루미늄 가격을 1.6% 인상시켰다. 또한 수입 세탁기에 대한 관세는 세탁 장비 가격을 34%나 상승시켰다.
백악관은 이전의 관세가 "미국 경제를 강화했고" "제조업과 철강 생산과 같은 산업에서 상당한 리쇼어링(국내 회귀)을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적 데이터를 살펴보면, 관세는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경제적 해를 초래한다. 1963년부터 2014년까지 151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높은 관세는 생산과 생산성을 감소시키고, 실업률을 증가시키며,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2019년 미국 관세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관세는 고용을 증가시키는 데 실패했고, 오히려 투입 비용 증가와 외국의 보복으로 인해 제조업에 해를 끼쳤다. 물론 특정 산업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미국 경제의 미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현재 가장 큰 우려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제 성장이 정체되는 동시에 물가가 높게 유지되는 상황을 말한다. 트럼프의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재점화시키는 동시에 미국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지출이 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에서, 이는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가족이 새 차를 구매하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25%의 자동차 관세로 인해 수입차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 그들은 구매를 연기하거나 중고차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판매 감소로 이어지고,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영향은 경제 전반으로 파급된다.
산 디에이고의 엔지니어 미란다 마쉬(Miranda Marsh)의 사례는 이미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녀는 여름까지 기다릴 수 있었지만 가격 인상과 패닉 구매자들의 러시를 피하기 위해 3월에 새 차를 구매했다. "원하는 모델을 찾은 후 키를 받기까지 18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우리 뒤에는 시승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죠."라고 그녀는 말했다.
글로벌 영향: 세계 경제의 기반이 흔들린다
트럼프의 관세는 단순히 미국 경제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옹호해온 국제 자유무역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노무라 연구소의 키우치 타카히데(Takahide Kiuchi)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관세를 둘러싼 긴장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옹호해온 국제 자유무역 체제를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아시아 경제는 미국의 보복 관세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책임자인 티엘(Thiel)은 "아시아 경제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 미국의 보복 관세의 타격을 더 심하게 받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보다 더 높은 관세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상품에 대한 미국의 수요에 더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대가와 정치적 의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분명 단기적으로 경제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며, 장기적으로도 복잡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정책의 최종 결과는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첫째, 다른 국가들의 반응이 중요하다. 만약 주요 무역 파트너들이 대규모 보복 관세로 대응한다면, 세계 경제는 더욱 심각한 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러한 관세를 유지할 것인지도 중요한 변수이다. 이전에도 트럼프는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사용한 경험이 있다.
궁극적으로, 관세는 경제 정책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도구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 기반에게 약속한 '미국 우선주의'를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경제적 대가는 모든 미국인, 특히 저소득층 가구에게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
지금 미국 경제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트럼프의 관세가 약속된 경제적 부흥을 가져올지, 아니면 보호무역의 함정에 빠져 장기적인 경제 침체로 이어질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역사와 경제학의 교훈을 고려할 때,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는 어렵다. 결국, 경제의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자유 무역은 장기적으로 모든 참여자에게 이익이 되며, 무역 장벽은 단기적인 보호를 제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높은 대가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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